디시인사이드

디시 NFT 글 보기

NFT
예비발행
국제결혼 조회 1592 추천 11 댓글 10
갤러리에서 보기

갤러리 본문 영역

뜻하지 않게 상처준 이야기 1

소심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9.02 21:05:10

a15b3caa0e1e1d2cb9675d73ca9f2e2ded373e6463bc0d3a6221e75870

https://youtu.be/vLuXN8-U75k?si=Idd54idFML_B_

 




수년 전




지나가다 본 자전거 가게에서 내놓은 녹슨 중고자전거에게 눈길을 뺏겼다.




"사장님 이거 얼마에요?"




자전거를 엎어놓고 기름칠을 하던 공은 날 쳐다도 보지 않고 내뱉었다.




"5만원"




"밖에서 비도 맞고 녹도 슬었으니 3만원에 가져갈게요"




입구에다가 만원짜리 세장을 놓고 가져가는 모션을 취해도 다른 제지가 없는 걸 보니 괜찮겠지.




바람이 가득 찬 자전거 페달을 힘껏 밟아 보았다.






부모님의 사랑을 제대로 못 받고 자란 내게는


아주 어릴적


봄날 초록색 철자전거 안장에 앉아서 맞던 바람과 아빠의 커다란 등만 흐릿하게 기억에 남아있다.




친척집을 전전하다가 위탁가정에 들어가기 전


유치원도 보육원도 다니지 못하고 어른들이 싸우는 소리에 쫓겨나듯 밖에 나가 웅크려 있으면 눈에 들어왔던 아빠의 자전거.




안장은 누가 훔쳐가 버리고 비를 맞아 녹이 슬기 시작했고.


내가 세살이었을까 네살이나 되었을까.


고사리같은 어린애 손으로 아무리 끌어봐도 움직이지도 않던 철자전거.




버려지고 녹슬어서 내 처지와 같아 자꾸만 슬퍼졌다.




" 아버님 어머님 병원비도 감당 안되는데 쟤를 어떻게 감당해!!? "






그 후로 난 몇번이나 "아빠""엄마"를 바꿔가며 그 의미도 내 안에서 흐릿하게 퇴색 될 무렵 성인이 되었다.








회상에서 일상으로 돌아와 자전거에 몸을 싣고 일터에 갔다가 커피를 얻어 마시고 있는데




호주에서 워킹홀리데이를 끝내고 돌아온 불알 친구가 술한잔 하자며 연락이 왔다.




"야 오늘 술마실거니까 벤츠 놔두고 와라"


"ㅋㅋㅋㅋ 안돼 대리 부를거야"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시며 오랜만에 회포를 풀는데 친구 성에는 안 차는 듯 했다.


양주를 섞어 마시다가 갑자기




"형이 호주에서 노가다 해서 돈 많이 벌었다 따라온나"




자신감에 찬 어조에 자전거를 끌고 따라간 곳은 아가씨가 착석 하는 곳이었다.




"소심이 니... 뭐더라.. 그래! 헤네시 ! 그거 좋아하제 !


 그거 두병 시킬테니까 빠꾸 없는 아가씨로 넣어주세용 ~~ "






적당히 술취한 친구가 주문하자 마담은 베시시 웃으며 룸에서 나갔다.




곧이어 아가씨 두명이 룸으로 들어왔고 내옆에는 숏컷의 차가운 인상을 한 아가씨가 앉게 되었다.




텐션이 올라가 있는 친구가 나이도 묻고 네명의 대화를 주도하다가 술도 취하고 땅콩 씹던 턱도 지쳤는지 눈감고 소파 뒤에 기대어 잠이 들어버렸다.




정적이 흐르는 와중에도 난 홀짝 홀짝 술을 마시고 있었다.




"이거 한 병 더 마실거에요?"




난 그제서야 내 옆에 앉은 아가씨의 얼굴을 제대로 봤다.




홑꺼풀의 큰 눈에 오똑한 코. 이십대 초반에 이만큼 세련되게 화장하기 힘들건데.


숏컷이 계란형 얼굴과 어울려 더 차가운 이미지를 만들고 있었다.




무심결에 고개를 끄덕끄덕 하고 


주문하려 일어서는 그녀의 키는 160 중후반이 될까..




새 술병의 필름을 떼고 입이 심심한지, 직업병인지 내 호구조사를 시작했다.




"난 20대 중반이고 학생이야"




적당히 말해도 되겠지. 거짓말은 아니니까.




연달아 들어오는 그녀의 질문에 나름 성의껏 대답은 해주었다.




"얘는 외국에서 노가다 하다 들어왔고 난 학생이라 진짜 돈이 없어. 내 돈으로 다시 이런데 올 일도 없으니 그냥 편하게 해."




"그럴리가요"




못 믿어하는 그녀에게 주머니에서 자전거 자물쇠 키를 꺼내 보여주었다.




"난 차도 없어"




그녀는 자조 섞인 말투로 내뱉었다.




"다들 말은 가난하다 해요. 그래도 나보다 힘들게 자란 사람 드물거에요. 진짜 가난한 사람은 그런 말도 안 해요."




사연 없는 사람 있으랴.


입을 닫고 술잔만 비우는데 먼저 입을 연건 그녀였다.




"전 엄마 없이 자랐어요. 


 그래서 울때도 '엄마' 하고 안 울고 '아빠' 하고 울어요"




밖에 세워둔 자전거와 그 여자애가 자꾸 겹쳐 보였다


어릴적 버려진 아빠의 자전거가 생각 났다.




"재미없는 얘기 해서 미안해요."




아니 그런게 아닌데..


생각에 잠겨버린 내 모습이 재미없어서 그런 건 줄 아나보다.


그래도 별 말은 안했다. 


난 어디까지나 손님이고 이 아가씨는 일중이니까.




묵묵 부답으로 술잔만 기울이다가 집에 가야 겠다 싶어 친구를 흔들어 깨웠다.


금방 깨서도 텐션 높은 친구는 큰 목소리로 작별 인사를 남겼다.




"잘 살아! 다음생에 만나! ㅋㅋ"




마사지를 가자고 노래를 부르는 친구를 타이 마사지 샵에 억지로 집어넣고 자전거를 타고 집에 왔다.




점심 시간이 좀 되기 전에 눈을 뜨니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와있었다.




' 잘 들어 가셨어요? '




확인을 하니 또 한통이 더 와있었다.




'오늘 벚꽃이 예쁘데요'






누구지? 어제 그 아가씬가??



NFT 정보

NFT 판매
판매 중인 NFT가 아닙니다.
작성자의 다른 NFT